스쿠터 타고 떠나자

청춘불패 아이돌촌 여행기 [뒷이야기]

22세기를 위한 기록보관소 2010. 8. 12. 04:51

좌충우돌이었다.

집을 나서면서 기름을 채우지 않아 천평으로 가다가 U턴해야 했고,

네비게이션 장착하고 보니 DMB안테나가 사라지고 없었다.

주유소 방향으로 되돌아가며 찾아봤지만 밤길의 도로는

스쿠터 헤드라이트 불빛과 가로등도 별도움이 못 되었다.

포기했더니만 집에 와보니 문앞에 떨어져 있었다.

어둡고 쌀쌀하고 위험한 밤길을 거의 평균 100km 가까운 속도로 계속 내달렸다.

 

워낙 이른시간인 오전6시에 아이돌촌 도착 했더니 아직 개방전이었고

디카의 건전지도 충분히 충전된 상태라고 믿고 그냥 왔더니 방전중이었다.

오픈시간까지 시간도 떼우고 양덕원 구경도 할 겸 편의점에 들러 건전지를 사고

다시 시동쪽으로 방향을 잡고 아이돌촌으로 돌아가는 길.

시동을 향하는 고개를 넘어가기 직전......벨트가 터졌다.

약간 이상한 조짐은 있었지만 왜 진작 눈치를 못 챘을까.

고개 내리막 길을 타고 굴러가는데 까지 내려왔다.

스쿠터 살 때 들어있던 메뉴얼을 뒤져 가장 가까운 홍천에 있는 수리점에 전화하니 

오전 7시를 갓 넘긴 이른시간이라 전화를 받지 않는다.

네비로 찍어보니 15km정도 떨어져 있었다.

 

마침 길건너 민가의 할아버지께 여쭈어 보니 양덕원에 오토바이 수리점이 있단다.

500여m를 끌고 밀고 도착한 양덕원 유일한 오토바이 가게는

벨트교환 수리가 불가능했다.

 

 

메뉴얼을 뒤져 가장 먼저 연락을 했던 수리점에 전화를 하니 츌장비 3만원을 요구한다.

그래도 고쳐야지.

기다리는 동안 엑스페리아x1으로 인터넷 서핑중.

꺼내다가 땅바닥에 떨어뜨려 케이스 파손. 미쳐~

 

 

그런데 이게 또 뭔일이래.

1시간정도를 기다렸는데 마티즈를 타고 온 수리점 사장은

코딱지만한 콤프레사를 트렁크에서 꺼내더니 우물쭈물한다.

압이 안찬거다. 어이가 없다. 전기 있는 곳을 찾기 시작한다.

내가 직접 맞은편 식당으로 건너가 사장님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께 양해를 구하고

남편이 포크레인 중기사무실을 하기에 식당과 붙어있는 집마당에 각종 공구가 마련된 작업대가 있다.

거기서 전기를 끌어쓰는데 이번엔 콤프뿐 아니라 조막막한 임펙이라 볼트를 못 푼다.

 

또 삽질이다.

앞에 오토바이가게 사장에게 내가 전화를 걸어서 출장수리 나온 사장님께 바꾸어 줬더니

공구가 있어도 빌려줄 수 없단다.

미친다. !@$#@$%%$&&*%&%$$%&^ 

위에 연결된 임펙은 빌려 쓰는것, 물론 복스알까지.

결국엔........

 

 

본인이 가지고온 장비는 전부 무용지물이고 이 집의 장비들을 모조리 사용하기 시작했다. 

전기,콤프레사,임펙,복스알까지.....

아래는 열심히 삽질하고 있는 수리점 사장.....정면샷을 찍기도 싫었다.

 

 

아래는 각종 공구장비를 빌려주신 식당 사모님의 시아버님.

아드님도 오셨지만 사진은 찍지 않았다.

사모님께서는 커피까지 주셨다.

몸둘바 모르는 고마움이 밀려든다.

 

우여곡절 끝에 수리를 마치고 돈을 지불하려고 물었다.

 

나 : 얼맙니까?

삽질 오토바이 가게사장 : 3만원요

나 : (이상하다 출장비만해도 3만원 이랬는데?)

 

돈을 건냈더니....삽질 오토바이 가게사장이 그냥 가만히 있다.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삽질 오토바이 가게사장 : 3만원이라구요

나 : (뭔가 말이 이상하다는 생각에) 예?

삽질 오토바이 가게사장 : 8만원이요

나 : !%#^@#$^^@&$&%^&$#&&*(머릿속이 순간적으로 복잡)

 

그러니까 내가 전화했을 때 출장비 포함해서 8만원이라는걸 내가 출장비만 3만원으로 들은거다.

그러나 삽질 오토바이 가게사장이 자기장비로 출장와서 수리 했다면 정당한 가격으로

지불했기에 기분은 덜 찜찜하겠지만 벨트 하나 말고는 모조리 빌려서 썼다.

사실 공구만 있다면 나도 수리 할수 있다.

그런데 삽질 오토바이 가게사장에게 한마디도 불평 안했다.

아침 일찍부터 장소며 장비를 빌려 주신 고마운 분들 앞에서 그런 모습 보이기 싫었다.

어디라고 밝히기는 싫지만 대림을 타신다면 메뉴얼을 뒤지시오.

홍천에 있는 가게다.

 

참고로 정상적인 벨트 교환 수리비는 가게마다 차이가 있지만 3만원이나 3만5천원이다.

 

수리를 끝내고 고마우신 분들께 인사를 드렸다.(몰론 삽질한 출장 수리사장 제외)

다음 로드뷰로 양덕원을 찾아보면 저 위의 오토바이가게 맞은편 식당이다.

기회가 된다면 꼭 식사라도 한번 하러 가야겠다. 

 

아이돌촌으로 돌아와서 여기저기 사진을 찍고 있는데 일명 "로드리"로 유명해지신

이기욱님이 트랙터를 몰고 나타났다.

 

같이 기념사진 두커트 찍고 비를 피하는 동안 뒤에 앉아서 주민분들이 나누는 얘기를

본의 아니게 엿듣게 되었다.

내일 옥수수 베는 촬영하려는지 제작진이 낫을 준비해 달라, 내일 태풍오는데 촬영하겠나, 

기타 등등 두분은 아무렇지 않게 나누는 얘기지만 옆에서 들고있던 나로써는

밝힐 수 없는 얘기들.....그냥 쓴웃음을 속으로 지었다. 오해일 수 도 있겠지만 난 그랬다.

 

그리고 밝히지만 아이돌촌이 화면에 보이는 것과는 많이 다르다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

생각보다 크기도 작고 굉장히 허름하고 지저분하며 부엌의 가마솥엔 녹슨물이 담겨 있고

창호지에는 구멍이 뚫렸으며 벽면과 기둥, 마루등 장소를 불문하고 온갖 낙서들이 빼곡 하다는 것.

구석구석 마다 설치된 감시카메라와 문마다 채워진 자물쇠, 촬영 후 방치되는 각종 소도구들.

마냥 낭만적이고 감상적인 기대감을 안고 찾았다가는 큰실망을 할 수 있음을 주의 하시라.

카메라와 TV라는 기계를 통해 방송되는 화면의 위력에 새삼 놀라게 될 수 있으니.

 

아이돌촌에서 육묘장 및 논과 종점상회와 왕구 이장님댁,마을회관은 멀게는 몇Km 거리에 있고

종점상회와 왕구 이장님댁,마을회관은 서로 붙어 있거나 길건너에 있으며

가끔씩 쓰이는 비닐하우스 세트장은 아이돌촌 집앞에 있었다는 것.

아이돌촌에서 양덕원까지는 15Km정도 떨어져 있으며

부흥반점,수정닭갈비,학생사는 3집이 서로 연이어 붙어 있고 가게바깥에 방송출연 사실을 알리는 

그무엇도, 종이 한조각조차 양덕원 전체에 붙어 있지 않음.

골목끝에 농협 하나로 마트가 있으며 하라와 효민이가 물물교환차 들렀던 성미용실은

더 멀리 떨어진 길건너편에 위치 했다.

거대하게 보자면 홍천군 일대 곳곳이 촬영 세트장인거다.

도로에 드문드문 아이돌촌을 알리는 이정표가 있다.

 

다녀 온 후 다시 보는 청춘불패에서

카메라 앵글이 왜 그런지,

어떤것을 왜 사용 안하는지,

초창기 나오던 재밌는 것들이 왜 안나오는지,

방과 화장실,부엌을 왜 사용 안하는지,

이런저런 것들에서 "왜?"라고 그려지던 의문부호들이

지워지고 있다.

그럴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대구로 돌아오는 길에 무심코 지나쳐 버린 것 같은 자전거 여행하는 팀들이 두개정도 있었다.

이화령 휴게소에 주유차 들렀더니 직원분이 얘기해 주던 또 다른 자전거 여행팀.

 

 

서울을 출발해서 1주일 예정으로 부산을 향한다는 4명, 밥 먹으러 식당에 들어 갔다는데

나도 잠깐 쉴 겸 얘기나 나누어 보려고 기다리다가 그냥 출발했다.

주유소 직원분에 의하면 자전거,오토바이등을 이용해서 여행하는 분들이 많이 있단다.

나도 그 중에 하나겠지만 저렇게 자전거로 다니는 사람들이 대단해 보이고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이화령 터널을 지나 문경쪽으로 향하는데 폭우를 뚫고 자전거 두대가 나란히 지나간다.

뒤에서 언뜻보니 똑같이 맞추어 입은 옷이 예감이 맞았다.

속도를 줄여 옆에 붙이면서 화이팅~! 이라고 한마디 해줬더니 감사합니다...라는 인사가 돌아온다.

지나쳐 가려다가 마침 위로 지나가는 고가도로가 바로 앞에 있어서 멈추고 안장을 열고

두유 두개를 꺼내고는 다가오길 기다렸다.

봉지에 담은 두유를 흔들자 멈춘다.

경기도 여주에서 출발했다는데 대단한 녀석들이다.

비옷을 입어도 폭우에 몸이 젖었는데 비옷조차 입지 않은 두녀석은

그냥 말 그대로 물에 빠진 생쥐였다.

내일은 대구도착이 목표란다.

조심, 안전운전을 당부하고 그냥 출발해 버렸다.

길게 얘기를 나누지 않았고 뒷모습이라도 사진조차 남기지 않은건 괜한 미안함 때문이었다.

푸릇한 두 젊음에 비해 늙었다는 핑계로 스쿠터를 타며 비교가 안될 편리함을 누리며

여행하는데 대한 미안함 이었다.

목적지를 묻지도 않았다.

지금 그 두녀석은 어느곳에 있을까?

상주에 가까워지는 어디쯤 잠시 멈추었다.

아래 사진으로는 그다지 체감하지 못하겠지만 핸들을 잡고 있는 손을 때리는 빗줄기는

상대적 속도 때문이겠지만 거세고 따가웠다.

두녀석은 저 폭우를 고스란히 온몸으로 맞으며 페달을 밟았을 것이다.

태풍이 북상중인데.

 

 

 

 

집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안전한 여행길이 되기를

지금도 빌어본다.

 

폭우를 뚫고 상주를 지나 구미쪽을 향하자 비가 잦아들더니 거의 그쳤다.

빗속을 달리느라 장갑도 벗어제끼고 맨손으로 왔더니 빗물에 불었다. 

 

 

그렇게 대구.

집이면서 가게에 도착했다.

 

지출내역은

빵 : 1,800원

휘발유 주유 (총 32,000원) : 천평 7,000원/문경 6,000원/양덕원 9,000원/이화령 휴게소 10,000원

                   집에 도착하니 4분의1정도 남아있음.

건전지 : 3,500원

수리비 : 80,000원

식사비가 전혀 없다는건 사먹지 않았다는 뜻이다.

싸가지고 간 것들로 요기했음.

총지출경비 : 117,800원

벨트만 아니었다면 4만원이 채 안되는 금액으로 가능했었다. 

 

주행거리 569Km

연비는 휘발유 리터당 1,700원이라고 가정하고,

1리터당 무려 30.2Km가 나왔다.

 

엉덩이와 허리 아픔도 참고 폭우도 뚫어가며 예상치 못한 일들도 있었지만

자전거 여행팀들이 있기에 웃을 수 있었고 잠시 생각도 할 수 있었다.

처음엔 차를 몰고 떠날 생각도 있었지만 몸으로 부딛치는 바람과 자유로움에 스쿠터를 이용했고

후회는 없다.

작년10월 태백으로 떠났던 이후 오랜만의 당일치기 장거리 여행이지만

고달픔보다는 기대감에 벌써 다음 스케쥴을 잡으려 하고 있다.

 

자! 다음 여행지는 어디가 될까?